Time, Body, and Silence
Sangghil Oh
Time-based artist | Body | Resistance | Trace | Silence
“What cannot be said—must be drawn, screamed, or scattered.”
표면의 속으로
검은 먹을 반복해서 덧댄다.
먹은 스며들지 않고, 표면에 걸터앉는다.
덮고, 또 덮는 동안
감각은 안쪽으로 침잠하고,
표면은 점점 두꺼워졌다.
보려 할수록 멀어지는 그 속은,
사라진 감정이 눌려 있는 자리다.
untitled, 2019

gesso &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검정은 어둠이 아니라,
남겨진 몸짓의 무게 같은 것이다.
untitled, 2019

gesso &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지우려 했던 감정들이,
오히려 더 두텁게 쌓여 남았다.
untitled, 2019

gesso &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맨손으로 그린 세 점의 드로잉
이 세 점의 드로잉은 붓 없이 손으로 작업했다.
손아귀에 먹물을 한 웅큼 움켜쥐고 비벼내거나,
손끝과 손톱으로 긁고 문지르며
감각과 표면 사이의 저항을 밀어붙였다.
전통한지 위의 균질하지 않은 젯소칠로,
먹이 스며들거나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어떤 면은 먹이 반사되어 번쩍이고,
어떤 면은 먹을 흡수한 채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표면 위엔 감각의 충돌과 물질의 마찰,
꺼내지 못한 감정의 층위가 겹겹이 침잠해 있다.
untitled, 2019


gesso &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각 76.2 x 143.2 cm
untitled, 2019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untitled, 2019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더 이상 붓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눌러 쓰고, 덮고, 감췄다.
untitled, 2019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untitled, 2019

gesso,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감정은 위가 아니라,
중력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작업은 드로잉이라기보다 봉합된 감정의 껍질이다.
덮고 또 덮으며,
감정은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 채 안으로 접힌다.
칠해진 표면은 말이 없고,
그 속엔 감각의 압력이 눌려 있다.
더 이상 무엇을 그리려 하지 않을 때,
그 표면이 감정을 대신하여 말을 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