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의 재배치 연구 1985-1996
1985년 Meta-Vox와 소그룹운동을 위한 전시들에 출품했던 작품과 작업실에서 연구했던 작품은 맥락이 달랐다. 이 문제는 그룹을 해체할 때까지 내내 큰 부담이었고, 1989년까지 연구했던 대부분의 작업들은 발표되지 못했다.
나는 이 시기에 작업실 주변의 야산에서 나뭇가지나 흙, 열매 등을 가져와 원 상태 그대로 가설하여 작품을 구현하고, 개념적 정리가 끝나면 촬영기록을 남기고 해체해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은 프로세스를 반복했다.
이것은 서구미술 맥락 속에 등장해 온 오브제에 관한 나의 다른 의견을 드러내는 방법론으로, 사물을 표현재료나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나와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 작품을 통해 그 관계의 균형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물과의 접점을 어떤 방식으로 열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인위적 구성이나 개념화를 배제하기 위해 오브제 자체를 감각하고 이해하는 '시간'에 집중했다.
1988년 어느 날 가로수 교체 작업으로 벌목되어 인도에 방치된 플라터너스 나무뿌리를 보았고, 인상적인 모습 때문에 양해를 구해 작업실 문앞으로 옮겨 놓았으나, 그 접점을 찾기까지는 근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날 이 나무뿌리를 옮기려다가 뿌리가 하늘을 향했던 순간이 되어서야 단서를 찾을 수 있었고, 그 다음은 마치 어떤 순리처럼 풀 수 있었다.
그해 9월 나는 이 작품을 Meta-Vox 해체전에 출품했는데, 소그룹운동의 종료와 함께 그간 연구해 온 '재배치' 작업을 본격적으로 제시해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untitled 89-2, 1989

untitled89-2, 나무뿌리와 가지들, 동물뼈 등, 1989
untitled 89-4, 1989

untitled89-2, 나무뿌리와 가지들, 동물뼈 등, 1989
1985-1989 미발표 연구작업들

untitled88-5, 나무가지와 흙, 1988

untitled88-3, 나무가지와 흙, 1988


untitled86-4, 종이와 열매 등을 모래더미에 묻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파 헤침, 1986
untitled87-1, 나무가지를
실내dp 세우고 창문으로 칡넝쿨을 들여와
나뭇가지에 휘감음, 1987

untitled86-7, 돌과 솔방울을 신문지와 철망으로 말아 감은 뒤 불로 태움, 1986

돼지고기 600g을 작업실 뒷문에 걸어 놓고, 썩어서 소멸해가는 과정을 촬영하려던 작업이었으나, 첫 번째 고기는 다음 날 사라졌고, 두 번째 고기도 벌레가 생기고 나서 며칠 뒤 사라져 버림으로써 완전히 소멸하는 과정은 기록하지 못했다.
훗날 P.S.1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초기 Video 작품들을 찾아보며 연구하던 중, 빌 비올라가 숲 속에 방치된 동물 사체의 부패와 소멸과정을 기록했었음을 알았다. 이후 여러 지역의 작가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작업의 동시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untitled86-3, 돼지고기와 아크릴,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