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lines of control, 1993

수인들의 머리카락, 심장박동소리, 프린트된 숫자 등, 공간 전체, 1993
Hairlines of control은 당시 천안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죄수들의 머리카락을 전시장 바닥 타일을 따라 일정하게 배열해 관람자들의 동선을 만듦으로써, 관람자들이 작품 속에 들어와 유쾌하지 않은 머리카락 냄새와 낮은 심장작동 소리를 몸으로 감각하게 설계했던 것이다.
이것은 오브제의 감각적 경험을 토대로 다른 방식의 '재배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동시대 서구미술의 역사주의적 간극을 넘어서려는 시도의 하나였다. 이때 나는 작품의 창작과 감상이 같은 차원에서의 교감과 독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이 작업도 머리카락을 가공 없이 배열만으로 관람자들이 이 오브제를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재배치 방법을 제시한 것이었다.
1997년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리처드 세라의 36t 짜리 주물입방체들을 보면서 이 죄수들의 머리카락 한 줌의 무게와 그 주물입방체의 무게가 결국 같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물질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였고, 관람자의 발걸음에 흩어지던 그 머리카락의 존재가 세라의 입방체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열'은 28개월 간의 군복무-10.26과 12.12 사태로 인해 수개월 간 극도의 긴장 상태로 지냈던 최전방 병사로서의 경험과 국군의 날 행사 병력으로 차출되어 뜨거운 성남비행장 아스팔트 위에서 지겹도록 훈련받았던 '분열'의 끔찍한 경험과 연결되어 있었다.

Hairlines of control, 1995

수인들의 머리카락, 와이어, 블랙라이트 등, 에든버러 프룻마켓 갤러리
이 작품도 갤러리 측이 예산문제로 사전 협의된 공간을 준비하지 못함에 따라,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재구상하여 강철와이어를 구입해 대처했던 전형적인 '재배치' 작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