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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알고리즘 - 시간의 비선형성
Random fuck, 2004
Video & Flash MX, sound, 2004
눈이 빠지도록 모니터를 바라보며 프레임을 잘라 붙이고 있던 모습을 보던 큐레이터에게 "랜덤화"를 듣는 순간 수년에 걸친 편집 작업의 노동은 끝이 났다. 머리 속이 맑아졌고, 난 곧바로 캠코더를 들고 새로운 작업에 착수했다. 28개의 프레임. 1초가 채 되지 않는 이 분량이면 충분했다. 난 어쩌면 이 알고리즘을 만나기 위해 그 긴 시간을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random walking, 2004'와 '계단을 내려오는 예술가'를 연달아 제작하고 나서 비디오작업은 일단락 되었다. 

감각이 앞서 닿고, 뒤늦게 그걸 인지하는 방식은 늘 반복되었던 것 같다. 석고상을 그리며 볼 때마다 달라지는 외곽선이나 정물의 사과와 너무 다른 그림의 사과색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던 16살 이후 늘 그랬다. 마르셀 뒤샹의 '샘'도 마크 로드코의 색면도 그게 뭔지를 알기도 전에 먼저 느꼈고, 나중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감각은 언제나 빠르고 정확하다. 그리고 난 늘 내 몸과 시간 사이에서 길을 찾았다. 무리수 알고리즘은 시간의 비선형성을 개념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내 주었지만, 그게 내 40여 년의 작업 속에 꾸준히, 모든 작업에 내재되어 있던 원리였다는 건 아주 나중에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random walking02.jpg
Random walking, 2004
감상자들은 주로 이미지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지만, 예술가는 그 너머 혹은 그 속의 원리에 주목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보는 '안전한 감상'의 재배치를 통해, 그들을 원리의 세계로 이끌고 싶었다. 그건 '감상' 행위를 '창작'의 지위로 끌어 올려 추창조의 길로 안내하려는 시도이고, 난 그게 참된 예술작품의 소통이자 생산적인 문화 소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Video & Flash MX, no sound, 2004
stair07.jpg
계단을 내려오는 작가, 2004
무리수 알고리즘과 함께 뒤샹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1913'이 떠올랐던 건 왜 였을까?
​이 작품은 그의 작품을 오마쥬한 것이고, 이것이 20살의 나를 이 길로 이끌었던 그에 대한 존경과 깊은 감사를 담는 방법이었다. 

​"나는 그 문제를 이렇게 풀어봤어요!"
Video & Flash MX, no sound,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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