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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89-2 (재배치 설치, 2020,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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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89-2 / 2020년 재배치, 나무뿌리와 가지들, 동물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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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나는 자연물들을 이용해 공간을 조직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 시기에 제작된 작업은 네 가지였다. 밤송이를 이용한 격자 구조의 설치(untitled 89-1), 나무뿌리를 중심으로 한 설치(untitled 89-2), 붉은 벽돌 가루로 만든 원형 구조(untitled 89-3), 그리고 푸른 원 회화(untitled 89-4)였다.

 

이 작업들은 자연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잠시 빌려 온 물질들을 이용해 공간 속에 가설적인 질서를 구성하려는 시도였다.

untitled 89-1에서 나는 밤송이들을 화이트 큐브 공간 바닥에 배치했다. 얇은 흰 실을 수직과 수평으로 설치해 격자 구조를 만들고, 밤송이들을 불규칙한 간격으로 놓았다. 이 작업은 사고가 만든 질서와 자연물이 지닌 우연성 사이의 긴장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untitled 89-2에서는 나무뿌리를 공간의 중심에 세우고, 주변에 나뭇가지들을 방사형으로 배치했다. 이 오브제들은 어떤 상징체계를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배치를 통해 형성되는 하나의 가설적 공간 질서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들은 처음부터 영구적인 오브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전시가 끝난 뒤 오브제들은 해체되어 각각의 원래 환경으로 돌아갔고, 자연 속에서 다시 소멸의 과정을 이어가도록 했다. 따라서 이 설치들은 제한된 시간 동안만 작품으로 존재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 내가 '재배치(repositioning)'라고 부르게 되는 방법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것은 오브제를 보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적 관계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2010년에 이어 2020년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요청으로 untitled 89-2를 다시 설치하게 되었다. 나는 2020년 7월 30일 작품 설치를 마치고 전시장을 떠났지만, 무언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마치 작품이 뒤덜미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결국 8월 3일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가 설치를 다시 조정해야 했다.

그 과정은 진땀이 날 만큼 힘들었지만, 한 가지를 분명히 확인하게 해 주었다. 3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작업은 여전히 동일한 긴장과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제한된 시간 동안만 작품으로 존재하고 이후 다시 소멸의 과정으로 돌아가는 재배치의 방법론은 그렇게 다시 한 번 비선형적인 존재 방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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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89-2 재배치 첫 날, 2020.7.30

untitled 89-2 재배치의 재배치, 2020.8.3

untitled 89-2,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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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89-2, 나무뿌리와 가지들, 동물뼈 등,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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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89-1, 실과 밤송이,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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