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그 공허한 구호
교육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학습자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성장욕구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학습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습자의 관점에서 교육을 다시 설계해 가야 한다.
우리가 쌓아온 지식은 모두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참조’용 텍스트일 뿐, 그 많은 책을 등에 지고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하물며 수 십 년 뒤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고작 낡은 지식과 관습을 따르게 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이다. 지식과 관습의 필요와 함께 그 한계도 가르쳐야 하고, 지식과 정보 그 자체보다 그것을 새롭게 design해 내는 능력과 의지를 길러줘야만 한다.
교육철학 자체의 변화 없이 외치는 교육의 ‘혁신’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교육현장에 대한 연구와 미래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결여된 교육제도의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 준비도 없이 대통령 한 마디로 전면 시행했던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무엇이 얼마나 혁신되었나? 매년 50조원이 넘는 예산을 교육분야에 쓰면서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채, 수능시험이나 이리저리 바꿔서 아이들에게 고통만 가중시켜오지 않았나? 기업이라면 이런 식으로 일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의 학교 교육은 제도만 바꿔서 ‘혁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한된 지식의 전달과 평가, 훈육을 목표로 하는 낡은 교육철학과 지시와 통제 위주의 교육방식 등 교육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새로운 교육의 비전과 전략의 설계가 필요하며, 신념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나아갈 혁신적 주체들이 필요하다.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의 설계를 위해 ‘바꾸려는’ 성급함보다 바꿔야 할 ‘이유’와 ‘방향’에 대한 성찰 그리고 차질 없이 시행해 갈 ‘전략’과 ‘정책’의 물밑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미래사회’를 논하면서 미래를 주도할 사람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선 왜 생각들을 하지 못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