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Body, and Silence
Sangghil Oh
Time-based artist | Body | Resistance | Trace | Silence
“What cannot be said—must be drawn, screamed, or scattered.”
익명화의 장치: 잘린 몸들의 기억
프레임으로 차단된 신체의 일부는
바라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것이다.
나이면서 동시에 너이기도 한,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될.
Anonymous mirror,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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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ent print, 160 x 100cm
나의 몸으로 너를 비추는 일이기에,
나는 기꺼이 나섰다.
너이자 나인 몸,
누구도 아닌 몸.
남성도 여성도 아닌,
벌거벗은 존재의 껍질.
모든 시작은 거기서 왔고,
모든 끝도 그곳으로 향한다.
Spitting, 1997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sound
얼굴 전체에 흰 분칠을 한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는다.
난 그 침이 화면을 뚫고
관객의 얼굴에 튀었으면 하고 바랬다.
모욕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것은 예술의 짓궂은 입김,
혹은 낄낄 웃는 악동의 인사같은 것이다.
단 23초,
'날 것' 그대로의 순간을 테이프에 담아,
그 어떤 연출보다 정확하게,
정면으로 투사했다.
Torn flesh(제 살 찢기), 1998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no sound
“Torn flesh”라는 포르노가 있다는 걸 알고,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우연’과 ‘필연’ 사이의 구상들인 까닭에.
Skin licks(제살 핥기)와 함께 제작된,
과잉된 자기애와 은밀한 자학,
그리고 그것들이 남기는 서사와 흔적,
시간의 감각을 이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
기회주의자의 눈, 1999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no sound
한쪽 눈의 단 한 번의 움직임.
반복과 거울 같은 복제를 통해,
시간은 서로 다른 층위로 포개진다.
시간과 통념의 해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무리수 알고리즘을 알기 전,
나는 프레임을 하나하나 잘라 붙이며
시간을 해체하기 위해
무수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기회주의자의 눈'은 그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유리상자 속 남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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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e channel video installation, no sound, glass box, tracing papers
CCTV body, 1995

vhs, no sound
누군가의 뒷모습,
벽 너머에서 우리를 향해 침묵하고 있었다.
그를 관찰하는 cctv,
그 장면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감시는 늘 무음이고,
반복은 종종 폭력적이다.
폐쇄된 벽 안에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예산의 이유로 벽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몸은,
모니터 속 어딘가에서 다시 갇혔다.
Scar Poem,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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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ent print, 160 x 90cm
화상 자국 위로 스며드는 물,
그날, 나는 상처의 치유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작업은 대부분 이런 충동에서 시작된다—
몸과 시간의 틈에서 튀어나오는
감당할 수 없는 시적 순간.
언제나 감당할 수 없는 시적 충동에서 시작된다.
오브제도, 사진도, 비디오도, 드로잉도—
그것들은 차고 넘치는 몸과 정신의 일부다.
나를 통과해 간 시간의 흔적들.
단순히 ‘만든 것’이 아니라,
살아낸 것들에 대한 조용한 응답 같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