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Body, and Silence
Sangghil Oh
Time-based artist | Body | Resistance | Trace | Silence
“What cannot be said—must be drawn, screamed, or scattered.”
지워진 선, 남겨진 감각
철학과 예술의 공통분모는
존재의 본질에 다가선다는 점이다.
그래서 예술도 철학처럼
언설이나 기교와 멀어질수록 좋다.
'수행'을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모든 찰나와 같은 순간들이
영원히 반복되지 않는 유일한 것들이며,
절대로 비선형적일 수밖에 없음을 알지 못한다.
선들은 바로 그 순간의 불규칙성 속에서만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Untitled, 2025

gesso & charcoal on paper, 109.1 x 78.8 cm
다양한 목탄으로 부드럽거나 힘있게 내려긋고,
젯소로 덮고 그 위에 다시 긋는다.
무의식처럼 반복된 선들이 얇은 층을 이룬다.
Untitled, 2025

gesso & oriental ink with water, 109.1 x 78.8 cm
어두운 표면을 덮은 젯소 위로
먹물이 안개처럼 덮히고,
선들을 삼키면 다른 선긋기가 시작된다.
Untitled, 2025

gesso & charcoal on paper, 109.1 x 78.8 cm
지워진 흔적만 남기듯,
그 다음을 숨기며
감각은 조금씩 멀어진다.
Untitled, 2024

gesso & oriental ink with water on traditional paper, 143.2 x 76.2 cm
지운다기보단 덮히는 것,
감춰진다기보단 삼키듯,
다른 감각들은 조금씩 밀려난다.
Untitled, 2024

gesso & charcoal on paper, 109.1 x 78.8 cm
선을 긋고 제소로 다시 덮으면
사라지는 것과 한층 더 드러나는 것이 있다.
지워진 흔적과 남은 선들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그리는 일이 결국 지우는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untitled, 2023

gesso & charcoal & graphite on paper, 78.8 x 109.1 cm
다양한 목탄과 묽은 젯소, 먹과 물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표면을 조율한다.
이 드로잉은 ‘형태’가 아니라,
감각의 반응과 물성 사이의 대화다.
지우는 것도,
그리는 것도 같은 깊이에서 반복된다.
그 결과의 흔적만이,
이 표면에 남는다.
untitled, 2023

gesso & charcoal, on canvas, 143.2 x 76.8 cm
한 웅큼의 목탄가루를 손에 쥐고
캔버스 위에 쏟아 놓는다.
바닥의 젯소가 마르기 전,
물을 붓고 빠른 손놀림으로 표면을 긁는다.
언제나 어떤 것들이든
내 화면 속에서는
살아서 움직이던 그 순간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작가에게 있어 이 드로잉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정지된 순간의 파편이다.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무엇이 남는가’'를 묻는 과정이었다.
이 선들은 감정의 언어라기보다는,
감각의 중첩에 더 가깝다.
처음엔 명확했던 형상이 흐릿해지면서,
오히려 더 깊은 실루엣을 만들어냈고,
마침내 그 어떤 재현도 거부하는
‘잔류하는 표면'으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