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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2 Body-2, photograph and oil paper, 120x400cm, Installation view: Portrait of Our Times, 1993

 

나는 사진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사실을 순수하게 기록한다는 기계적 특성은 우리에게 상당한 현장성과 진실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한편 그것은 사람의 눈에 철저하게 맞춰진 리얼리티일 뿐이기도 하다. 나는 이점에서 사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객관적 인식이 벗어날 수 없는 주관적 한계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진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I am attracted to the essential function of photography. Its mechanical function, which produce records of reality, can provide us with remarkable accuracy and truth, but these records are only reality throughly focused by human eyes. Because of the fact, I emphasize that our objective minds operate within the limit of people's subjective m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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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사진작업 <The body>에는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고, 그게 이 작업의 의도라고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시각예술은 기본적으로 관람자의 보는 활동(호기심과 경험, 기억, 통념, 감정, 사유 등)과 작가의 보여주는 활동(구상과 표현의도, 전시, 유통)으로 구성된 소통채널이다. 언어를 통한 의미부여나 전달보다 전면적이고 즉각적인-언어보다 빠른 시지각 채널이다.
비평은 이 시각예술의 특성을 언어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통해 감각과 의미 사이를 매개하는 또 하나의 추창조追創造 과정이 된다.
 
이 사진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이고, 작가는 이 불편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뭘 의도할까? 이런 의구심이 시각예술에 접근하는 감상활동의 추창조 과정이 된다. 예술가의 도구, 예컨대 영감과 재능, 열정, 시적 광기 같은 것들에 대응하는 감상자의 도구는 의문과 지적 호기심, 감각적 반응과 인식론적 판단 같은 것들이다. 만일 감상자가 어떤 작품 앞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보려 한다면, 감상자에게 그 작품은 그저 자신의 통념을 비춰보는 평면적인 거울(narcissism)일 뿐이다. 예술작품의 감상이 자기 밖의 존재와 소통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면, 작가의 의도와 표현을 읽거나 느끼고 그것에 반응하는 자기 내부의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감상자의 불편은 불편대로, 시각적 쾌감은 쾌감대로 작가의 전략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가령 벌거벗은 남자의 몸을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고스란히 관람자의 몫이다. 즉 관람자가 왜 그렇게 느끼느냐는 말이고, 그 속에 답이 있다.
 
이 사진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frame이다. 사진은 신체의 일부를 담고 있는데, 이것은 거꾸로 사진의 frame으로 머리와 팔, 다리의 일부를 절단시켜서 보여주는 것과 같다. 재단되지 않은 온전한 몸과 절단된 신체는 감상자의 심리에 다르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죽음까지는 연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통해 차이를 구별하고 기억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얼굴이 없는 ‘익명’의 몸은 인지장애 같은 불안 심리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것은 곧 보는 사람의 그것과 다름이 없는 ‘몸’이 된다.
내가 이 frame 작업을 통해 의도했던 바는 나의 몸을 익명화함으로써 너의 몸으로 만드는 타자화의 process였다. 이 사진 앞에서 관람자가 낯선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하려는 것인데, 비슷한 시기의 미국작가 Nan Goldin이나 Cindy sherman, 영국의 Sarah Lucas 같은 작가들에게서도 읽혀지는 수사법이다.


몸은 생명을 담고 있는 ‘통’이고 욕망의 배경이며 근원이기도 하다. 성기를 감춘 남자의 몸 역시 이 타자화의 process에 좀더 복잡한 사회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이다.  
카메라의 촬영 각도로 유도되는 관람자의 시점이나 모델의 뒤틀린 자세, 조명으로 만들어진 음영, 실제 몸보다 훨씬 더 크게 확대된 흑백 이미지 등도 보는 사람의 통념을 이용해 좀처럼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낯선 감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들이다.


시각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들을 코드code로 조합해 의도를 보여주고 소통한다. 작가 나름의 표현어법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을 통해 그 작가의 예술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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