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 "ŁÓDŹ GHETTO", installation,
electricity+steel wire+neon+blacklights
+Bible+woods, 1996
Openning performance, April. 1996
Art as a De-political Practice
Sang-ghil oh deals with range of objects and mediums from installation works and photographs to video performances. Although he uses various mediums, he restrains the lyricism of his collages and the juxtaposition of objects. Most of his artistic images and objects are formed in an exceedingly minimal style and enveloped in a mantle of silence. Simultaneously, his works have another mantle full of narratives, which can hardly coexist with silence, because of the specific character of the objects he uses. Sang-ghil Oh's objects are made of prisoner's hair, pieces of junk, enlarged pictures of body parts, and historical records which involve strong political and psychological metaphors; his works seem vast in their narrative possibilities.
For these double characteristics, spectators confront a feeling of emptiness and a barrier from the very moment when they enter the door of Sang-ghil Oh's world. Whatever their content, the narrative aspect in his works are suddenly and continuously too disruptive to articulate clearly. In his works two contrasting impulses can be found. One is that the metaphoric possibilities naturally inherent in his objects tend to develope into a powerful narrative, and the other is that they tend to sink into a meaningless dark abyss through the minimalized and neutralized atmosphere. As th result, they make spectators wander around in the chasm between rhetorical clamor and profound silence. Such perplexity is the motivational power enabling Sang-ghil Oh to open a new starting point or a third possibilities by which he can resist and go beyond the "violence of political semiotics".
In many respects, Sang-ghil Oh is a very "political" artist. All of his works amount to one endless inquiry about politics. Sang-ghil Oh's active hand in the political absurdities was inspired by the continuous political turmoil of the 80s which suppressed Korean culture. He realized that the "political thinking" in the chaotic political environment could totally alienate the individual's existence from his deep unconsciousness to his own interpretation of the world. He does not intend to establish a specific political narrative nor other anti-political narratives through artistic activities. He simply aims to reconcile the de-political relationship between himself and the outer world by opening the third narrative possibilities or the post-narrative possibility which will enable him to overcome such a narrative possibility. As was mentioned earlier, the double characteristics in his works make possible for Sang-ghil Oh the practice of "de-politicizing the world". His objects and the artistic elements he applies in his works denote various metaphors and narrative possibilities, but they always refer to the first state before they add up to the remolding of a political system or ideology. It is an important fact that all of his chosen subjects are composed and presented and in such a way that they can not make any strong narratives in semiotic order.
Sang-ghil Oh's objects presented in his works seem to release some clear meaning, but just when viewers are about to make them out the images becomes distorted, placing them in perplexity. Though the repetitive loop of progress and regression, a certain form of art appears from the dark surface of a maze entangled with the existence and non-existence of narratives; political possibility and disability, historical memories and their dismemberment, and all such as these can be called an "annihilation of art".
For Sang-ghil Oh, "self-sufficient art" is simply the most aged political simulacrum in Western culture which conceals the true world rather than revealing and disguising each individual's subjectivity by means of power. The works of Sang-gyel Oh, who pursues the annihilation of art, are pure resistance against political aggrandizement in the world. Regarding the profound meaning of the world and of history as an enigma, his works become constant practices of flexible reconciliation. Won-bang Kim, art critic
탈 정치적 실천으로서의 예술
오상길의 작업을 구성하는 오브제나 이미지들은 매우 다양하며, 사용하는 매체 또한 오브제 설치에서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시적인 꼴라쥬나 병치 같은 것은 고도로 자제되어 있으며, 따라서 강한 수사학적 체계나 서사narrative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모든 이미지와 오브제들은 상당히 '미니멀'한 제시 방식에 의해 침묵의 외피 속에 싸여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작품들은 그와 공존하기 힘든 또 다른 외피, 즉 서사성을 지향하는 "의미들의 우글거림"이라는 또 하나의 외피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제시하는 오브제들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성격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그가 사용하고 있는 오브제들, 즉 실제 죄수들의 머리카락, 폐품조각, 확대된 신체 이미지의 파편,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차용된 이미지들은 이미 강한 심리적, 정치적 은유를 지니고 있는 대상들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어떤 서사적 읽기의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성격으로 인해 관객은 그의 작품에 주목하고 입문하는 순간 어떤 공허함과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왜냐하면 오상길의 작업에서는 그 어떤 내용의 서사이건, 그것이 자연스럽게 더 진전되고 분절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불현듯 그리고 끊임없이 멈추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속에는, 제시된 사물들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은유적 가능성이 하나의 강력한 서사로 발전되어 나아가고자 하는 충동과 그리고 반대로 미니멀 하고 중성적인 분위기를 통해 무의미의 어둠 속으로 침잠 하려는 충동, 이 상반된 두 가지 충동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하여 보는 자로 하여금 수사학적 소란스러움과 영원한 침묵 사이를 방황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방황적 읽기가 바로 오상길에게는 세계와 삶을 지배하는 그 어떤 정치적 폭력이나 권력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저항하고 그를 넘어설 수 있는 제 3의 가능성이며 새로운 열림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오상길은 매우 '정치적인' 작가이다. 그의 모든 작업은 단 한가지 지점, '정치성the Politic'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으로 귀착한다. 이러한 정치성에 대한 일관된 물음을 실천하게 된 동기는 그가 80년대 한국의 문화를 점철한 정치적 소용돌이의 현장 속에서 작업을 개시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러한 정치성의 난무 속에서 "정치적 사고"라는 것이 근원적으로는 세계에 대한 해석과 개인적 의식의 심층에 이르기까지 실존적 삶의 양상 자체를 총체적으로 소외시킨다는 깨달음에 기인한다. 따라서 그의 과제는 예술을 통해 특정한 정치적 서사를 구축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그에 대응하는 어떤 반서사anti-narrative를 구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서사적 가능성 자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제 3의 서사적 가능성, 또는 서사 이전의 가능성을 엶으로써 자신과 세계 사이의 탈 정치화된 관계를 회복한다는 데 있다.
위에서 말한 바 그의 작업이 지니는 이중적 성격은 이러한 탈 정치적 세계와 예술의 실천을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여러 병치된 사물이나 이미지들은 부인할 수 없는 다양한 은유와 서사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시스템(사물을 지배하는 정치적 권력)으로서 "부풀어오르기" 전에 항상 그것은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즉 그가 선택하는 각각의 대상들은 전체적으로는 어떠한 강력한 서사로도 발전해 나아갈 수 없는 방식으로 조합되고 제시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미니멀리즘과의 비교도 논해지는데, 내가 보기에 오상길의 경우는 미니멀리즘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그것 역시 또 하나의 정치적 서사이며 권력의 실천에 불과하다고 보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서사의 부재라고 하는 것은 자족적이고 독재적인 서사의 이면에 이미 항상 같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니멀리즘이란 단지 기존의 서사에 의존하는 하나의 반서사를 이를 뿐이며 서사의 가능성 자체를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오상길의 작업에서, 제시된 사물은 그것이 이미 지니고 있는 모종의 명료한 의미와 권력이 누설해내도록 방치되면서도 우리가 그것을 명쾌히 읽으려 하는 순간 항상 묘하게 뒤틀려 버리든가 소강상태에 빠진다. 이러한 전진과 후퇴의 반복을 통해 예술은 결국 서사의 현존과 부재, 정치적 읽기와 정치적 불능성, 역사적 기억과 기억의 분열이 뒤섞인 무한한 어둠의 미궁으로서 드러나게 되는데, 한마디로 이것은 예술의 탈 예술화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자족적인 예술"이란 세계를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인간의 주체성을 권력적 도구로 위장시키는, 서구문화의 가장 오래된 정치적 모조물(politicalsimulacrum)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술의 탈 예술화를 지향하는 오상길의 작업은 세계의 정치화 그 자체에 대한 저항이며, 나아가 세계와 역사의 진정한 의미를 하나의 미스터리로서 되돌리고 그와의 끈끈하고 유동적인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실천이 된다. 김원방(미술비평)
DaHau Momorial, Jan.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