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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우스와 SUMMER하우스

 

서울정○초 교사 김○순

새로운 경험, 많은 경험을 할 때 아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막연하게라도 집이 지어지는 과정이라든가 건축가로의 꿈이라든가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살고 싶다 라든가 집을 꾸밀 때도 용도에 맞게 꾸미고 주변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는 그러면서도 남과 다른 무언가가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또한 하나하나의 과목 수업 특히 체육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개콘 마을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하나로 묶어서 하는 수업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대머리산인 독산이란 곳에 정심꿈터가 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몇 군데 있는 데 그 중에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꿈꾸는 마을 개콘이 있다. 정심꿈터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고 옆 마을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사는 마을이 있지만 아이들은 전혀 기죽지 않고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며 다치지도 않고 지혜롭게 잘 살아가고 있다. 통통이, 순둥이, 뾰족이, 사랑이, 겜돌이, 침묵이, 덩달이, 참견이, 웃음돌이, 느림이 등 각기 다른 아이들이 모여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차랑이라는 아저씨가 나타나 아이들을 위해 집 두 채를 지어보자고 제안을 한다. 아이들은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들을 한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이고 엄청 힘이 들 것이라고 반대하는 아이도 있지만, 호기심이 많고 무조건 하고 보자는 아이들이 많은 이 마을의 특성상 겨울도 다가오는 데 새로운 집을 장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다. 차랑아저씨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집을 짓는 아저씨여서 바쁘신 관계로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 맞춰 집을 짓기로 하고 아이들은 아저씨의 지휘 하에 멋진그들의 집을 짓기로 결정한다. 기대와 설렘으로 아저씨를 맞이하였다.

드디어 집이라는 게 무엇인지 어떤 집을 갖고 싶은지 아저씨와의 논의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빨리 집을 짓고 싶은 조급함과 과연 어떤 집을 지을까 하는 설렘으로 눈빛은 초롱초롱 빛이 나고 앉아 있는 몸은 모두 앞으로 나가 있었다.첫 날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각자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아이들의 드림하우스를, 아이들은 정말 자기들이 생각하는 드림하우스를 그린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며~
아이들의 드림하우스를 보신 차랑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며 집이 어떤 곳인지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시며 앞으로 지을 집의 골조를 보여 주셨으나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빨리 짓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둘째 날 새로운 집의 구조와 명칭을 이해하고 뚝딱뚝딱 집의 전체적인 골조를 세우는 날이다. 환경과 재료에 따른 다양한 형태와 기능이 다른 여러 가지 집을 보여주시며 차랑아저씨는 집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시려 하나 낯선 설명과 명칭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보다는 빨리 집을 짓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들의 모습에 동심이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일에 튼튼하게 해야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 또 집중을 하며 열심이다. 아마 둘이 짝을 이루지 않고 혼자 하는 일이면 아이들은 걱정과 부담감에 쓰러졌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다행히 차랑아저씨는 두 명 세 명 팀을 만들고 일감을주셨다. 서로 긴장하고 협조하며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마을이 형성된 후 처음인 거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두려움으로 눈빛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의 아이들은 그 전의 모습을 잠시 잊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은 모습이다. 이러한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집중하는 힘, 재미, 만족감 등을 느끼며 용기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겠지?

그 날의 작업 양을 완성하고 아이들은 다음 작업을 기대하며 스스로 대견함에 빠져든다.

 

셋째 날 작업은 사각기둥 모양에 서까래를 얹고 용마루를 연결하여 지붕을 만드는 일이다. 용마루를 얹을 때 차랑아저씨는 영차영차를 외치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라고 하셨다. 어떤 소원인지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겠지^^

오늘의 작업으로 아이들은 이제 어떤 집이 만들어질지 구체적인 모양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조금도 쉴 틈이 없이 벽면 붙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꿈에 부풀어 처음에 생각하고 그려본 집모양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으나 그래도 완성될 집을 생각하며 차랑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열심히 작업에 몰두한다.
 

넷째 날 이제 완성된 골조 구조에 바람을 막아주고 안에 살 사람들을 보호해 줄 벽면을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골조에 맞는 면을 찾아 구멍을 맞추고 접착제를 바른 다음 나무못으로 고정을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으나 이제 아이들은 기술자 장인의 모습과 장인의 정신으로 멋진 집을 완성하고자 정말 열심이다. 아이들은 힘에 부치다보니 한쪽에선 신경전이 한쪽에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로 잘 하고 싶은 마음에 혹은 좀 쉽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자기가 하고 싶은 생각에서 만들어지는 행동들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벽면이 완성되고, 지붕에 기와도 올려졌다. 차랑아저씨는 마을과 자연환경과도 잘 어울리게 집 외부도 꾸미고 실내도 꾸밀 것이라는 약속을 하시고 이런저런 일도 한동안 아이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은 집을 보면서 다음 작업을 가다렸고 11명, 10명의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의 집에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였다. 한 채는 별하우스요 한 채는 SUMMER하우스였다. 이름을 지어주며 좁은 교실에서 집이 부서지지 않게 하려고 조심해서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2주 후 차랑아저씨는 예쁜 종이와 헝겊을 갖고 마을에 다시 오셨다. 다양한 종이의 느낌, 색의 관계와 어울림을 살피며 어떻게 꾸밀 것인지 모둠 회의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으며 한 벽면씩 맡아 꾸미기 시작하였다. 집의 이름을 주제로 별하우스는 별과 천문대, 힐링 공간으로 꾸미고 SUMMER하우스는 여름을 주제로 여름의 꽃과 풍경, 놀이로 꾸몄다.
 

이름만큼이나 다른 두 집의 외부 모습에 아이들은 만족하며 아저씨와의 약속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실내 공간을 만드는 날이다. 아이들은 주제에 맞게 별하우스는 망원경, 태양열집진기, 달력, 시계 등등을 SUMMER하우스는 해변에 있는 카페로 변신 필요한 것들을 그리고 오리고 접어서 집어넣고 장식을 하였다.

몇몇의 아이들은 굴뚝과 좋은 소식을 많이 가져다줄 우체통을 만들어 달았다. 마지막으로 집에 소원을 적어 판넬에 붙여 안에 걸어놓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무한한 자랑스러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다.

 

이제 차랑아저씨는 오시지 않는다. 아이들은 차랑아저씨와 지은 집에서 친구와의 우정도 쌓고 놀이도 하며 조용히 명상도 한다. summer하우스 카페는 제법 운영도 잘한다. 메뉴판에 서비스에 돈까지 만들어 놀이하는 모습이 진로교육과 근로 체험까지 하면서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질서 있게 차례를 지키고 기다려주며 즐거워한다. 두 채의 집은 정심꿈터 개콘 마을의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다. 아이들은 그 집을 지으며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고 즐겁게 나만의 공간, 친구와의 놀이 공간으로 즐긴다.

너무 힘들어 짜증도 나고 포기하기도 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도전하여 드림하우스를 완성하면서 협동의 필요성도 친구의 고마움도 가슴 깊이 따뜻함으로 느꼈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좀 실망한 부분도 있다. 아이들의 드림하우스는 기존의 사각형 집 모양과는 다른 만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집 모양부터 현실 세계를 벗어난 다양한 모양의 드림하우스를 상상했는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형식화된 집을 조립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개콘 마을 아이들의 상상을 실현해주기에는 자유가 많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상상 속에 들어가 집이 아니고 방 하나라도 아이들의 생각대로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림하우스, 정○초등학교 3학년, 2015

드림하우스, 정○초등학교 3학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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