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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디자인하는 마을학교

서울현대미술연구소ICAS 최차랑

한옥의 구조에 기초한  ‘드림하우스’ 교구는 골조, 벽체, 기와 등의 재료들로 구성되어 아이들로 하여금 실제 집짓기에 쓰이는 건축자재들을 연상하게 해서, ‘건축가가 되어 집을 지어 보고픈’ 욕구를 갖게 합니다. 건축의 일반적인 지식과 면적 및 용적 계산 등을 거부감 없이 수행하며, 집의 구조와 제작원리에 대해 배우고, 도구들(나무망치와 나무핀 등)을 사용하여 집을 제작합니다. 제작순서에 따라 각각 특별한 역할들이 주어지고, 자신의 역할이 필요한 적절한 때 를 기다리며 차례대로 역할을 수행해가며, 다양한 역할들과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습니다.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체적인 집단 창의성을 발휘하여 공동의 성취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운영강사의 역할은 학습목표의 제시와 성취의 동기를 자극하여 아이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학습태도를 갖도록 유도하는데 있습니다. 이후에는 성취목표를 달성해가는 아이들의 전체양상과 개별양상을 관찰하여 모니터링을 통해 운영상의 문제점과 보완사항을 검토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합니다. 더불어 특정 아동들의 개별적인 관찰지표를 설정하여 아이의 변화지점을 추적관찰 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 3학년 2반 >
 

첫 수업 안에서 본 3학년 2반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과 표현에 대한 공감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보였습니다. ‘15년 후 자신이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상상을 내부와 외부 공간의 구조를 드로잉하며 생각을 구체화시켜가는 아이들. 아이들의 집 드로잉에는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실, 화려한 옷들로 가득한 드레스룸, 피라미드 형태로 복잡하게 설계된 밀실구조의 공간 등 개별 관심과 욕구, 사고와 표현의 차이들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 가는지 개별 양상의 차이에 관심을 두었고, 그에 따른 아이들의 수행력과 집중과 몰입 등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 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제 집 어때요?”라며 공감을 유도하는 아이들. 교사는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을 공감하고 지지해주며, 반 아이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집을 소개할 수 있는 발표의 시간을 마련해 서로의 생각과 표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상상의 집 드로잉 활동을 마친 후, 골조의 조립원리에 대해 배우고, 앞으로의 조립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역할들을 학습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며 활동에 대한 참여의지는 강했지 만 자기 역할비중에 대한 욕심이 많은 아이들이 몇몇 있었고, 얼마 안 있어 이곳저곳에서 마찰을 빚는 소리 들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조립활동에 들어가는 2차시부터는 상호 협력적인 팀 관계 형성에 주력하고,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며 순서대로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모둠활동 안에서의 규칙성을 부여하는데 역점을 두고 진행했습니다. 라인테이프 드로잉을 통해 집을 만드는 활동공간과 재료보관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여 아이들의 자발적인 활동성과 운영상의 효율성을 높였고, 한 명씩 나와 차분하게 순서대로 조립을 수행해가며 전체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였습니다. 2-3인이 한 조가 되어 협업을 통해 단위 부품을 조립하며 작은 성취들을 쌓아갔고, 점차 집 형태의 골조가 세워지며, 여러 조의 역할의 힘이 합쳐져 한 팀 모두가 ‘받쳐주고, 잡아주고, 연결하는’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드림하우스, 정○초등학교 3학년, 2015

드림하우스, 정○초등학교 3학년, 2015

< 3학년 4반 >
 

4반 수업의 경우, 수업의 준비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수업준비의 태도가 잘 갖춰져 안정적으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난 수업을 환기하며 다음 수업에 대한 연계성과 관심과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예술강사가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에 차분한 수업 분위기를 형성해 주셨던 담임선생님의 도움이 수업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안정된 수업분위기 안에서 운영교사는 보다 면밀하게 아이들의 행동양상을 관찰하며 학습동기와 성취의 과정을 확인하고 다음 수업에서의 성취동기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집의 바닥면의 둘레와 넓이 등을 직접 측정해보며 수치 개념을 몸의 감각으로 치환해 보는 시간, 아이들 모두 어떤 집으로 지어질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집의 골조를 흥미롭게 탐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로의 손뼘을 이용해 골조의 길이를 재어 보고, 가장 키가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키를 기준으로 가장 긴 골조의 길이를 가늠해 서로의 신체 크기를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키가 크고 작은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완성될 집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탐색해 갔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서로의 신체를 통한 관계성에 주목하게 하고, 집에 대한 강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여 주체적인 탐구와 학습에 이르게 하는 통섭교육 효과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집중과 몰입의 힘은 더욱 강해졌고, 모든 아이들이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똘똘 뭉쳐 집을 완성했던 순간, 그 때 아이들의 열기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다음 수업부터는 아이들이 수업의 주도권을 쥐고 수업을 주도해가며 어려운 문제가 닥치더라도 집단 창의성을 발휘해 극복을 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드림하우스 제작에 대한 자발적인 탐색과 탐구를 할 시간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 운영하였기에 애초의 계획된 시간 보다 제작과정의 시간소요가 많았습니다. 4차시 수업 안에 조립을 완성하지 못해 다음 시간 과제로 조립을 완성해 오도록 하였으나, 점심시간이 되어도 조립을 멈추지 않고 완성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어코 완성을 해낸 아이들의 끈기가 매우 놀라웠습니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학습태도의 힘과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 ‘별자리 하우스’와 ‘섬머 하우스’ >

 

디자인과 인테리어 수업에 앞서 집의 주제와 이름을 미리 정해온 아이들. 새롭게 명명된 집의 이름은 ‘별자리 하우스’와 ‘섬머 하우스’였습니다. 함께 만든 집에 대한 강한 애착과 팀에 대한 소속감으로 아이들은 원탁회의를 통해 열띤 토론의 과정을 거치며 의견합일과 이후 작업에서의 역할분담의 과정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습니다. 색지를 활용해 직접 그리고 오리는 작업 테이블과 설치공간을 나누어 진행하며 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디자인을 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집의 전면 디자인을 맡은 한 여자아이는 몇 가지 별자리의 형태를 알기 위해 담임교사에게 별자리 이미지 출력을 요청하여, 별자리의 모양에 따라 별을 붙여갔습니 다. 이처럼 아이들은 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학습자료들을 스스로 찾고 요청하며 학습과 활동의 연계를 매우 자연스럽게 주도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웃테리어에 이어 마지막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시간입니다. 마지막 수업에 대한 아쉬움이 큰 만큼 성취에 대한 욕구도 컸습니다. 실내 인테리어 수업에서 활용할 재료들과 갖가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온 아이들.
수업이 시작되면서 각자가 생각해 온 아이디어들을 실현하기 위해 일사분란히 역할을 나눠 활동을 주도해가는 모습입니다. ‘서머 하우스’는 놀이기능이 겸비된 카페로 아이들은 카페에 필요한 메뉴판, 커피 제조기, 식기도구들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민규가 제작한 메뉴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뉴판 안에는 실제 커피집에서 파는 메뉴들이 나열돼 있었고, 가격 또한 비슷한 가격이었습니다. 정가와 할인된 가격을 비교해 할인율에 따른 할인금액을 정확히 계산해 기록해 넣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디테일 한 표현이 가능했던 이유는 엄마와 함께 동네 카페를 찾아 직접 메뉴판을 조사하고 탐색했던 민규의 사전 조사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민규는 인테리어 수업을 한다는 지난 시간 수업예고를 듣고, 카페방문 메뉴조사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고, 이런 민규의 자발적인 학습준비 태도를 크게 칭찬해 주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노력으로 3학년 4반에는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 하우스’와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서머 하우스’가 완성되었습니다.

드림하우스, 정○초등학교 3학년, 2015

드림하우스, 정○초등학교 3학년, 2015

< ○훈이의 작은 변화 >


운영강사는 몇몇 아이들의 관찰에 집중하였고, 그 중에 긍정적 변화를 보였던 00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과제를 전혀 해오지 않아 걱정이라던 까까머리 00이는 1차시 상상의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관심을 두었던 아이였습니다. 3학년 아이치고는 표현한 집의 형태와 구조, 기능 등의 표현이 매우 단순하고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집의 내부구조를 설계하는데 있어 일관된 시점이 아닌, 평면과 단면의 두 개 시점으로 표현돼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또래 아이들에 비해 사고와 표현이 미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특별했던 점은 맨 꼭대기 층과 지붕 사이 ‘다락방’의 공간을 정확하게 표현했던 것이었습니다. 00이의 설계도를 전체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다락방’이 무엇인지 환기하고, 옛 명절 때는 떡이나 전 등의 음식을 차게 보관하기 위해 부엌에서 다락방 창문으로 직접 음식을 날랐다던 담임선생님의 어렸을 적 이야기도 함께 나누며 생각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 부터 00이의 눈빛이 달라졌고, 조립활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아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이후 00이는 교사가 특별하게 부여한 ‘서까래의 종류와 기능에 대해 조사해오기‘ 과제를 성실하게 준비해오며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한 학습의지를 보이며 교사와의 신뢰와 더불어 성취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은 숙제 안 내주세요? 뭘 알아올까요?”라며 주체적인 학습욕구를 갖게 된 작은 변화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수업을 마치며 >


이번 마을과 학교_ 정○초등학교 수업을 통해 교과연계 통섭교육 모델을 정규교과 연계수업으로 시행하는데 있어 교육환경의 여건 및 운영상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짚고, 교육적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점검의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운영결과를 토대로 본 수업의 교육방식에 대한 효용성 부분을 보았을 때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학습태도와 욕구를 갖게 하는 동기유발의 측면에서는 6차시의 수업동안 대체로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수업에 임하고, 몇몇 아이들의 긍정적 변화양상을 근거로, 주효했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협력관계를 통한 집단 창의성을 발휘하며 문제를 극복하고 성취해갔던 경험이 학급원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형성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이 수업시간 안에서 스스로 학습내용과 구체적인 성취지점을 되짚고 소화할 시간적 여유가 활동의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과 1, 2교시에 진행한 3반 수업의 경우, 시간안배가 적절치 못해 교사가 아이들의 개별 성취를 확인하고 격려하는 과정이 다소 거칠게 이뤄진 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교육매뉴얼 정비와 더불어 아이들의 직접적인 성취와도 관련이 있는 교구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미세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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