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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기반 창의 · 융합교실 STUDIO AM을 마치며

                       -삼○초등학교 / 신○초등학교-

                                                                                               서혜린 (조슈아 나무)

21세기는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과 감각을 융합해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ICT 기반 네트워크가 세계적으로 발달한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은 그러한 창의적 인재를 성장시키기에 아주 훌륭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조슈아나무는 생각했습니다.

 

컴퓨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세대. 요즘의 아이들에게 네트워크 환경은 너무나 익숙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시청각적 정보들을 접하며 지냄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소비자에 머물 뿐입니다. 조슈아나무는 아이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주변의 환경을 다룰 수 있는 생산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닦아줄 창의·융합 프로그램 스튜디오AM을 연구,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주변의 문제를 찾고, 촬영하고, 편집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알리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정보의 소비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ICT 환경을 이용하여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는 생산자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수업을 진행한 교사로서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장비를 다루고, 편집하는 일 뿐 아니라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자료를 조사하여 선별하는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든 단계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수행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 선별하고 그것을 재가공하여 새로운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을 한 단계씩 해낼 때마다 그것에 공감해주고 지속적으로 격려해주어 성취에 대한 욕구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였고, 자발적으로 학습욕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가장 중점을 두고 운영했습니다. 타인과 서로 협력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생각을 정리해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의 바다, 드넓은 네트워크 환경을 자신의 앞마당으로 여기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1. 삼○초등학교 사례

 

“저 요즘 TV를 볼 때마다 황금 위치가 보여요!”

 

매주 금요일,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도 아이들은 늦지 않고 도착해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뭐 해요?” “저 오늘도 동영상 촬영 하고 싶어요!”

 

첫 시간,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어색해했던 아이들은 어느새 촬영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다양한 역할들을 서로 돌아가며 맡아보고 자신이 가장 재미있었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수업 초반, 잠깐 언급하고 넘어갔던 화면의 황금 비율과 대상의 위치에 관한 이야기에 빠져든 지민이는 매주 자신이 보았던 TV 속 화면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냈습니다. 뉴스, 드라마, 예능 …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쳤을 TV속 화면을 유심히 관찰하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선생님! 정말 주인공들은 전부 황금 위치에 있어요! 어제는 아빠랑 뉴스를 봤는데 기자들도 전부 황금 위치에 서 있더라고요!”

 

촬영에 쓸 자료를 그리기 위해 그림 연습을 하고, 발음이 어려운 보도 내용을 잘 말하기 위해 집에서 몇 번이나 읽기 연습을 해 왔다는 그 열정이 교사에게도 큰 원동력이 됩니다.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을 변화시킬 뉴스

 

수업 초반, 어떤 뉴스를 만들고 싶은지 묻자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뉴스나 맛있는 음식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뉴스는 너무 어렵고, 무서운 얘기만 해요.”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뉴스는 높은 벽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한 차시, 두 차시 시간이 지날수록 연예인과 드라마에만 관심이 많았던 아이는 어느새 뉴스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까 이상기온이 심각하대요! 날씨에 대한 뉴스를 만들어볼래요!” “학교 놀이터에 쓰레기가 엄청 많아요! 누가 불장난 한 것 같은 흔적도 있어요!”

 

아이들은 이제 주변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리고 싶은 내용을 선별하고 뉴스로 만듭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자료를 찾고, 촬영과 편집까지… 교사는 방법만 알려줄 뿐 모든 과정은 아이들이 직접 해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이들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학교폭력 신고,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삼○초등학교에서는 다른 현장보다 한 차시가 추가로 진행되었습니다. 특별히 진행된 수업은 공익광고 만들기. 아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보고 싶은 공익광고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집니다. 성폭력, 아동학대, 환경오염… 아이들에게는 알리고 싶은 사회의 문제점들이 너무 많습니다. 최종적으로 정해진 주제는 학교 폭력. 공익광고의 내용도 술술 써집니다. 시은이가 주로 대사를 생각하고 지민이가 글로 정리하고, 해수가 넘겨받아 장면을 그립니다. 다른 아이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생각나는 대사나 장면을 이야기해 탄탄한 스토리를 구성합니다. 필요한 소품을 준비하고, 촬영 화면을 가늠해보고, 리허설 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합니다.

 

“레디~ 액션!” “컷!” “NG, NG! 다시 찍자!”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이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촬영을 진행합니다. 서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미래의 전문가가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뉴스 시연회

 

마지막 차시는 대망의 뉴스 시연회. 아이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초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뉴스 시연회를 준비하며 난생 처음 다루어보는 무비메이커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조심스레 편집합니다. 1초 단위로 섬세하게 촬영 원본을 지켜보고, 적절한 화면을 찾아 이어붙이는 눈빛이 날카롭습니다. 시연회 순서를 정하고, 인사말을 준비하고, 교실에 안내판을 붙이는 아이들의 들뜬 마음이 교사에게도 생생히 전해집니다. 담임선생님과 어머니들을 모시고 진행한 뉴스 시연회. 선생님도, 어머니도 아이들이 모두 직접 만들었다는 말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십니다.

 

“이걸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항상 집에 오면 수업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잘 만들었을 줄은 몰랐어요.”

 

아이들은 참석한 선생님과 어머니들의 칭찬과 박수소리에 슬그머니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수업이 끝나서 너무 아쉬워요”

“만약 또 수업이 생기면 꼭 다시 신청할거예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계속 하다 보니 할 수 있게 됐고, 재미있어졌어요!”

 

아이들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한 마디에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수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뉴스는 어렵고 재미없다고 했었던 아이들은 이제 조금 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평범해 보였던 아이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뉴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는 조슈아나무의 가장 기본적인 믿음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신○초등학교 사례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가 좋아요.”

 

처음에는 선생님의 말에도 잘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렸던 아이들은 금세 핀홀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난생 처음 보는 필름 카메라를 이리 저리 만져보던 6학년 재민이는 필름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매료된 듯 자꾸만 셔터를 눌러봅니다. 오래 된 카메라 한 대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달그락 달그락 평소에는 열어볼 수 없었던 카메라의 내부를 살펴보고 사진의 기초 원리에서 시작해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생각을 확장해 나갑니다.

 

    “정말 같은 사람이에요?” “완전 다른 사람 같아요!”

 

조명과 각도에 따라 같은 공간,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정말 배운 대로 찍힐지 빨리 시험해보고 싶어집니다. 조명을 켜고 반사판을 들고, 환경이 조성되자 아이들은 숨소리도 죽이며 촬영을 진행합니다. 연습 촬영이지만 분위기는 실제 촬영만큼 진지합니다. 이론으로만 알던 내용을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조명과 각도, 화면의 구성에 대해 배워갑니다.

   “조명을 조금 더 올려 봐!” “화면 좀 다시 맞출게!”

   “조명을 턱 밑에 대니까 꼭 공포영화 같네?”

 

   “안녕하십니까, 신○ 뉴스의 앵커 OOO입니다.”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이 생길지, 놀이터 안전사고는 어떻게 예방해야할지, 아동학대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이들은 바쁘게 토론합니다. 신○초등학교 아이들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았습니다. 서로 이야기 하고 싶어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마이크 가진 사람만 이야기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은 잘 경청해주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이들은 토론하는 방법을 배우며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정리해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그리고 생각을 하나로 모아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나누어 기사를 쓰고, 자료를 모으고, 대본 연습을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첫 뉴스. 아직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쑥스럽지만 또 재미있기도 합니다.

   “뉴스 촬영을 끝낸 소감이 어떠십니까?”

 

아이들끼리 즉석 인터뷰도 진행됩니다. 조명, 카메라, 반사판… 촬영 장비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돌아가며 앵커와 리포터,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을 모두 경험해 봅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재미있는 것, 잘 하는 것을 찾아갑니다.

 

응답하라, 뉴스 스튜디오!

 

열심히 촬영한 영상들을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고… 무비 메이커를 사용해 본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지만, 방법을 조금 알려주자 곧 직관적으로 이리저리 다루기 시작합니다. 여러 번 촬영한 영상들 중 가장 잘 찍힌 영상을 고르고 적절한 위치를 찾아 자르고 어울리는 화면을 이어붙이는 과정이 쉽지 않을 텐데도 아이들은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여 편집을 이어 나갑니다.

 

   “선생님, 이 화면 어때요?” “이 효과음을 쓰니까 진짜 뉴스 같아요!”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만 켰었던 컴퓨터의 새로운 사용법에 아이들은 또 다른 재미를 느낍니다. 편집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은 끝까지 하나의 완성된 뉴스 영상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들의 뉴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뉴스 시연회를 준비하며 아이들은 한 학기동안 만든 뉴스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법을 배웁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 뉴스를 올립니다. 제목을 정하고, 키워드를 입력하고,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유튜브에 영상이 업로드 됩니다.

 

  “와! 선생님 진짜 검색하니까 나와요!”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찍은 뉴스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너무나 신기한 일입니다. 아이들은 몇 번이나 다시 재생해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자신들이 직접 만든 뉴스를 보게 될지 기대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넘어 다른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열었습니다.

마지막 시간, 부모님과 선생님을 초대해 시연회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손이 분주합니다. “신영 스튜디오 AM" 커다랗게 써서 꾸민 종이로 교실을 꾸미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곧이어 부모님과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시고, 아이들은 긴장한 듯 평소와 달리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아이들의 뉴스 영상을 본 어머니와 선생님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집에서는 게임만 하는데, 이런 것을 만들었다니 정말 대견하네요.”

 

어머니의 칭찬에 아이들은 쑥스러운 미소만 지은 채 키득거립니다.

 

   “선생님 다음 학기에도 오세요?” “이 수업 또 하시면 안 돼요?”

 

아이들의 아쉬움 묻은 질문에 이 프로그램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주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밝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각기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씨앗을 품고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교육, 스튜디오 AM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지 않는 교육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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