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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융합 교실, 스튜디오 AM

가○중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마치며

                                                                                                            최차랑 (서울현대미술연구소)

교육운영의 준비와 배경

 

2016년 서울시 혁신형사업으로 진행된 ‘스튜디오 AM' 중학교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디지털 감각과 문화 감수성 및 학습역량 계발을 위한 매체융합 뮤직비디오 영상 제작활동을 주요내용으로 진행하였습니다.

 

TV 속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뮤직비디오’라는 영상매체는 청소년기 또래 간의 공감과 집단문화를 형성하는 매개이자, 자기 내면의 자아와 욕구를 드러내고 해소시켜줄 수 있는 교육성취의 강력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프로그램화 되었습니다. <스튜디오 AM> 중학교 과정의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거나 직접 연주도 해 보고, 제작자가 되어 멋진 뮤직비디오를 만들고픈 내면의 잠재적 표현 욕구를 자극하고 직접 뮤직비디오 제작을 경험케 함으로써, 문화소비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문화의 생산경험을 통해 디지털 융합인재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디지털 융합_청소년 진로모색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가○중학교 교육복지부 방과 후 특별활동과 연계해 수업이 진행되었으며, 학사일정에 따라 12회기로 구성된 표준학습 지도안의 내용을 조정해 각 차시별 시간을 연장해 10회기로 단축, 진행하였습니다.

교육공간은 교육복지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실로 기본적인 영상설비(빔프로젝터, 스크린, 스피커)가 갖춰진 독립된 공간에서 운영되었으며, 촬영 등의 팀별 활동을 하기에 적절한 크기의 공간이었습니다.

가○중학교 방송반 학생들

 

교육 대상으로는 가○중학교 교내 방송반, 1~3학년 15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방송매체와 디지털 촬영장비에 대한 사전경험과 지적 호기심이 있는 학생들로, ICT 기반의 ‘디지털 융합_ 뮤직비디오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자발적 관심과 기대가 높았습니다.

 

또한 수업내용에 대한 자발적 탐구와 호기심이 강해 수업활동 중 질문이 많았으며, 간혹 교사의 지식영역 바깥의 질문을 하여 다음 시간에 보충설명을 하는 등 학습중심의 활발한 수업이 이뤄졌습니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난 방과 후 특별활동으로 진행되었기에 학원 일정과 겹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학원 일정을 조정하는 등 수업의 자발적 참여도 또한 높았습니다.

가○중학교 대상학생들의 학습역량과 성취욕구가 높고, 상호 관계도 양호하여 수업도입부의 학습동기 유발과 본 활동에의 도입은 여느 중학교 교육현장에 비해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가○중 Studio AM 2016

가○중 Studio AM 2016

소비 지향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스마트폰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던졌던 교사의 첫 질문입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 일상을 떠올리며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메신저와 인터넷을 통해 친구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 인터넷 만화를 주로 본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어, 저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문화소비 시스템의 사용에만 적응돼있는, 소비 지향적 시대풍경과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한 인상과 느낌들을 나눴습니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저러고 있을 때가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문화를 공유하고 사용한다는 것이 놀라워요.”

 

학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소비지향적 시대상에 대해 주관적 생각들을 제시하며, 주체적인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최근에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 대한 이야기, ICT 융합의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더불어 우리들이 살아갈 미래의 디지털 시대환경과 인간의 사회적 역할 변화 등 학생들이 인지하고 있을만한,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러한 과도기적 시대변화를 배경으로 성장할 학생들에게 디지털 융합교육, <스튜디오 AM> 수업의 의미를 전하고, 수업의 전체목표와 구체적인 활동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앞으로 <스튜디오 AM> 수업에서는 우리 주변의 디지털 환경을 탐색하고, 디지털 기기의 구조와 원리, 사용법을 체계적으로 배워, 우리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감각과 자유로운 생각들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학교 축제에도 상영하고, 유투브에도 올려 세상 사람들과 공유해 봅시다!”

 

학생들은 꽤나 진지한 태도로 수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리 중심의 교육 : 주체적 학습의 즐거움

 

첫 번째 수업 활동은 뮤직비디오 제작에 앞서, 아날로그 카메라를 분해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카메라의 시초가 되는 핀홀 카메라와 아날로그 카메라의 분해과정을 경험하며 카메라의 기본구조와 촬영원리를 깨우쳐갔습니다.

카메라의 촬영원리 이해를 통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단순하고 익숙한 행위와 현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나아가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차이는 무엇이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하며 인간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등 인문학적, 사회적 연관 지식들을 하나하나 깨우쳐갔습니다. 학생들은 현상의 원리를 배우고, 연관된 또 다른 지식들을 탐구하며 지식의 저변을 넓혀가는 주체적 학습과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쌓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 카메라는 잘 알겠는데, 비디오카메라는 어떻게 촬영되는 거예요?”

 

방송반 학생들이라 방송활동에서 많이 사용해 본 캠코더의 촬영원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두며 지식탐구 영역을 주도적으로 확장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원리중심의 교육이 지식연계 역량과 탐구심,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중요한 교육 방식임을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촬영기법 배우기

 

카메라 촬영에 대한 기초과정과 실습을 경험한 학생들은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촬영을 위한 기초 학습에 들어갔습니다. ‘생명(혼)을 불어넣다.’라는 ‘아니마(Anima)’라는 어원에서 기원한 ‘애니메이션(Animation)’의 본질적 개념을 이해하고 스톱모션 촬영기법을 배운 학생들은 팀별로 책상 위에 흰색 배경종이를 깔고, 삼각대와 조명을 설치해 안정된 촬영세트를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촬영장비로는 기본적으로 준비된 디지털 카메라 외에도 학생들이 소지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과, 촬영과 관련한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하게끔 하여 스마트폰의 활용도와 활용능력을 확장하게끔 유도하였습니다. 촬영소품들로는 지갑, 인형, 연필 등 개인 소지품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출연시켜 손쉽게 촬영하고, 효과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하여 활동에 대한 성취와 자신감을 높이도록 하였습니다.

 

스틸 사진들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재생하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효과를 처음으로 경험한 학생들은 자발적 흥미를 붙이고 더욱 정교하게 조작하며 촬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중 Studio AM - stop motion 2016

가○중 Studio AM - stop motion 2016

영상편집 배우기 : 시간에 대한 통념을 벗어난 자유로운 시공간 표현

 

촬영한 사진들을 활용해 영상편집을 진행하는 시간. 영상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타임라인’의 개념을 이해하고 조작원리와 기본적인 편집 툴을 익혀가는 학생들.

 

“우와! 움직인다!”

 

촬영한 소스를 타임라인 상에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배치하고 재생하니 화면 속 사물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연출되었으며, 편집활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다뤄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금세 프로그램 툴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타임라인 상에 배치된 사진 소스들의 배열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일정한 움직임을 무한히 복제하고, 시간을 자르거나 뒤집어 가며 현실의 시공간의 통념에서 벗어난 상상 속 시공간을 자유롭게 연출해갔습니다.

“선생님, 재생속도가 너무 느린데 속도도 조절할 수 있나요? 이 부분은 좀 더 빠르게, 저 부분은 좀 더 느리게 하고 싶어요!”

 

‘시간은 항상 일정한 속도로, 과거에서 미래로의 한 방향으로 흐른다.’라는 시간에 대한 통념을 깬 학생들은 시간을 자유롭게 조작하며 시간성을 탐색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GO! GO! 뮤직비디오 제작

 

촬영과 영상편집의 기초학습과 실습의 전체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본격적인 뮤직비디오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본래 12차시로 구성된 표준학습 지도안상에는 촬영과 편집과정 외에 음악을 직접 작곡해보는 실습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음악적 재능과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연주한 사운드와 기존의 음원들과 합성하여 작곡을 경험해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10회기로 2차시가 단축되어 운영된 점, 학생들 중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학생이 없었던 점, 음악을 연주하기에 적절치 않았던 공간적 특성 등 여러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작곡의 실습과정을 운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대안으로 영상 편집과정에서 음향감독의 역할을 두어 자신의 음성이나, 간단한 효과음을 녹음해보는 영상편집 소스로 활용하도록 하였습니다.

가○중 Studio AM 2016

가○중 Studio AM music video 작품 상영회2016

교감선생님과 담임선생님들을 초대한 뮤직비디오 작품 상영회

 

드디어 마지막 작품 상영회를 준비하는 날입니다. 사전에 교감선생님과 방송부장 선생님, 담임선생님들에게 미리 연락을 드려, 학생들의 마지막 작품 상영회에 참석을 부탁드렸습니다. 선생님들은 <스튜디오 AM>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학생들의 활동이 궁금하였다며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셨습니다. 총 일곱 분의 선생님들이 상영회에 참석해 주셨고, 학생들은 평소 학급에서만 마주하던 담임선생님이 자기들의 작품을 감상하러 오셨다는 것이 어색했는지, 헤벌쭉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팀 별로 뮤직비디오의 제작의도를 선생님들 앞에서 소개하며 작품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화면 속 등장하는 학생들의 낯선 모습과 학생들이 직접 녹음한 재미있는 사운드로 선생님들은 웃음꽃을 터뜨리기도 하였고, 음악의 리듬과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스톱모션 효과에 선생님들은 놀라움의 탄성과 함께 큰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이걸 학생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했다고요? 대단하네요!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한데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제작방법을 궁금해 하시는 교감 선생님에게 연출감독을 맡은 학생이 제작 방법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직접 와서 보니, 학생들의 노력과 땀이 담긴 소중한 작품인 것 같네요! 훌륭합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반 학생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큰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이거 혼자보기 아까운데요, 방송반 홍보영상으로 축제 때 상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방송부장 선생님께서는 작품상영의 축제연계 방안을 제안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성취를 도모하였습니다.

이렇게 가○중학교 <스튜디오 AM> 프로그램은 선생님들과 함께 한 상영회를 통해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성취의 기쁨을 나누는 뜻 깊고 보람찬 시간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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